SPG시절부터 좋아했던 브랜드는 W호텔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팝음악을 좋아하는데 우바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나 디자인 컨셉, 프로모션용 어플리케이션 등이 제 취향에 딱이었거든요. 특히 W서울의 우바의 보스 스피커와 룸에 있던 웨이브사운드터치! ㅠㅠ 제취향이라 집에 구매까지 했어요.
이런 W호텔이 뭔가 미국적 느낌이라면 르메르디앙은 블란서(?)적인 느낌으로 여성스럽다고 해야할까요? 티파니컬러같은 민트 컬러가 남자인 저에게는 그렇게 큰 이끌림은 없었거든요.
메리어트에 편입되고난 뒤에는 제가 하이 엘리트 티어(High Elite Tier)가 되기전이라 르메르디앙 강남은 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저와는 이별을 한 브랜드였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몇번 동선상 마주칠 일이 꽤 있었지만 최근까지 IHG에 올인했던 편이라 메리어트 계열은 다닐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 11월에 다시 돌아온 르메르디앙 명동의 첫 인상은 뭔가 세련됨 보다는 효율화에 맞춰진 경영진이 관리하는 프렌차이즈 매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칵테일아워의 4부제도 그렇지만 한 건물에 두개의 브랜드가 입점한 것도 그렇고 그로 인해서 4층의 로비나 라운지, 라파레트의 공간은 좁다못해 4성급 호텔처럼 느껴졌거든요.
룸레이트도 그렇고 오르되브르의 음식의 질도 효율화/수익성에 맞춰진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만 간간히 보이는 오브제들, 디자인이된 멋진 이미지들, 사진들, 파리지앵 같은 스탭들의 복장등이 그래도 르메르디앙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건 아닌 것 같지만 메리어트 본보이용 엘리트 룸키를 제공해주는 것은 이래서 하이티어를 유지하지... 라는 생각을 들게해줬습니다.
제가 보통 호텔을 평가할 때 서비스 외적으로 보는 3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1. 얼음의 질
빙질이 상당히 단단한 얼음을 제공해줍니다. 이게 뭘 뜻하냐하면 음료를 마실 때 충분히 온도를 내려주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물과 섞이는 걸 적게 해줘서 원래의 의도한 음료맛을 최대한 유지시켜줍니다. 특히 칵테일 하이볼같은 경우도 그렇죠.
저는 빙질에 마음이 들었습니다.
2. 헤어드라이기
사진은 못찍었는데 비달 사순 헤어드라이어기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상당히 출력이 약해서 머리 말릴 때 한참 고생을 했습니다.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죠.
3. 인터넷 속도
다운로드 295 Mbps, 업로드 296Mbps정도 나오네요.
이정도 속도면 국내 메리어트중에는 1등입니다. (참고로 꼴지는 포포인츠명동입니다 : 포포인츠 명동 8.1Mbps여긴 일하러 가지 마세요.) 저는 순위도 대충 매기는 편인데 그동안 압도적 1등은 구로포포인츠였는데(그래봐야 100Mbps대)이걸 두배 이상으로 눌러버리네요.
이건 왜 중요하냐면 여기서 화상통화나 업무를 볼 수 있느냐입니다. 특히 MZ세대뿐만 아니라 업무적으로 출장을 가서 일을 해야하는 디지털노마드 라이프에는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도 출장이 많은 업이라 때로는 호텔에서 컨퍼런스 미팅을 해야하거나 화상회의를 해야할 일이 종종 있는데 너무나도 중요한 지수입니다.
이 세 가지를 보는 이유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저와의 궁합뿐만 아니라 세심하게 호텔이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저만의 기준입니다.
투숙하면서 아쉬움과 놀라움이 공존했고 또 나름 서비스 측면으로는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유튜브채널에서도 불평불만, 당일 체크아웃 이야기를 하는 영상도 보고 블로그나 카페의 후기들도 엄청나게 악평도 많지만 실제 일하는 분들은 꽤 수준 높은 호텔리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라운지의 매니저분(소피텔에서 오셨다고 소개하시더라구요)께서 제가 펼치는 논리를 부드럽게 잘 받아주시는 노련함에서 뭔가 프로들끼리의 통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체크아웃 하기전에 따로 명함도 주시더라구요. 세련되게 접근해오는 접객에서 꽤 많은 경험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보통 회사에서 직원을 평가할때 6개월 이상의 시간을 지켜봅니다. 그이후가 진짜라고. 호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정신없이 두드려 맞을 때입니다. 다 감안했을 때 저는 부족함도 많이 느꼈지만 또다른 매력도 많이 느낀 곳이었습니다. 인프라는 부족함이 있었어도 어느정도 실력있는 선수들이 꾸렸다고 생각합니다.
한 1년정도 지난 뒤에도 비슷한 이슈가 계속된다면 더욱 실망하겠지만 요즘같이 사람 구하기 힘든 곳에서 메이드분의 청소의 부족함이나 대응의 미숙함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럽 라운지의 별도의 미팅룸은 세련되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마감재의 고급스러움은 못느끼겠더라구요. 이런게 미드센트리인가요? (아니죠? ㅎㅎ)
수영장 이야기를 안할 수 가 없는데 아이들이 출입이 가능한 라운지다보니 수영장에 당연히 아이가 많습니다. 횟수 제한도 없고 따로 관리하는 스텝도 없습니다. 안전요원이 있긴 하지만 그냥 보고 있는 수준이에요.
즉, 이 호텔은 커플들이 가면 안됩니다. 인천 그랜드 하얏트랑 매우 흡사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아이가 있는 저에게는 고마웠습니다. 가족으로도 일하러 가기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팁으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을 욕조의 샤워기로 물나오게 하는 방법 아시나요?
저랑 아내랑 정말 전전긍긍하다가 컨시어지에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바로 여기 샤워호수 연결부분에 링처럼 돌출된 부분을 아래로 당기면 전환됩니다. 여길 돌려도보고 뭐 이것 저것 다 해봐도 안되서 머리 아팠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리지 않았을까요?
앞으로 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르메르디앙 명동의 다음 스텝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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