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번개와 새탈(새벽탈출)로 젊음을 낭비하던 시절.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 MT를 멀리 다녀오면 서울에 돌아와서 꼭 들리던 아침 해장의 성지였던 영동 설렁탕.
신사동4거리에 주차를 모두 할 수 있는 그런 식당들이 많지 않아 더 자주 가던 곳. 기사식당으로 유명한 곳.
영동설렁탕이 작년 무렵 판교부근에 직영점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대왕판교로로 최근 좀 다닐 일들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었습니다.
과연 영동 설렁탕은 브렌치에서도 동일한 맛을 낼까요? 그리고 너무 오랜만이라 맛도 생각이 안나기도 했고요.
들어가니 역시 꼬릿한 냄새가 나는 것이 정통 설렁탕 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메뉴 단촐합니다. 설렁탕, 수육 딱 두 개입니다. 설렁탕집인데 수육이 없으면 이상한거죠. 국물을 우릴 때 고기도 같이 삶아야하거든요.(머릿고기)
제가 다니던 시절은 6,000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어느덧 11,000원이 되었네요.
아이 메뉴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설렁탕 세 그릇을 주문합니다. (결국 남겨서 싸왔어요;;;)
기본 상차림입니다. 옆에 그릇들이 가득 있습니다.
여러 찬통들과 조미료, 파통, 주전자(이건 뭘까요?)이 상시 대기중입니다.
설렁탕은 석박지랑 김치 먹는 맛이죠. 동그란 그릇을 열어보면 김치들이 나옵니다.
조금 기다리다 보면 드디어...
설렁탕 등장.
거의 20년만에 먹어보는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맑은 고기국 같습니다.
파 투하! 곰탕과 설렁탕은 파맛이죠!
조금 뒤적이면 소면과 함께 양지고기가 보입니다.
얼마나 많게요? 하동관 곰탕이랑 느낌이 비슷한데 여긴 설렁탕이니 조금 더 뽀얗죠. 그리고 소면이 많이 들어가고요.
간이 거의 안되서 나와서 소금 간, 후추 간을 기호에 맞게 쎄게 해야합니다. 거의 두 스푼 정도는 소금을 넣어야 조금 간이 맞습니다.
그리고 주전자는... 바로
깍국(깍뚜기 국물)입니다. 먹다가 중간에 섞어서 먹으면 새로운 맛이 나는데 저는 별로 안좋아해서 넣어 먹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영동설렁탕은 단순히 추억팔이 음식 이상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국의 설렁탕이 오히려 이게 더 설렁탕이지 않나 싶구요.
우리에게 익숙한 신선설렁탕의 입에 짝 붙는 맛은 사실 간이 많이 되어 있어서 그렇구나라고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계산하면서 종업원분께 물어보니 직영점이고 직접 사장님이 양쪽을 다 관리 한다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영동설렁탕 본점은 워낙 오래되고 대형 식당이라 조금 냄새도 나고(연식도 오래 됐고) 위생도 조금은 그렇거든요.
오히려 여기 지역분점이 더 신규 매장이니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년 전통이라면 강남지역에서는 엄청 오래 된 곳이죠. 강남, 삼성동 일대가 개발이 되기 시작한 시점이 80년대 중반이니까요.
집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제가 어릴 때 다니던 식당이 오픈 했다는 것은 반갑기도 하고 또 대를 이어서 갈 식당이 또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인청공항에도 진출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정상 영업이 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교통이 참 애매한 곳인데도 점심때부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낮술로 달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노포 같은 설렁탕집입니다.
영동 설렁탕 분당 판교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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