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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팬으로써 한 사람을 좋아한 다는 것 "황선홍" 이야기

by 사브레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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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축구를 하는 것은 진짜 못하지만 보는 것은 정말 좋아한다. 특히 국가대표축구경기는 분명한 적(상대편)이 있기 때문에 응원하기도 쉽고 욕하면서 대리만족하는 뭔가 그 끓어오르는 90분의 시간을 사랑한다.

그동안의 국가대표 축구선수들 중에 누굴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스트라이커를 좋아했던 것 같다. 최순호, 김주성, 차범근, 황선홍, 김도훈, 이동국, 안정환과 최근의 황의조까지 FW로 있던 선수들을 좋아해 왔다. (요즘 김민재에 좀 꽂히긴 하고 있긴하지만...) 그 중에 딱 하나만 꼽는다면 언제나 황선홍이었다.

팬으로써 누군가를 선택해서 응원을 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쉽게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딱 누구다라고 말도 하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황선홍은 나에게는 뭔가 영웅같은 존재였다.

아마 축구 좀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싫어하고 욕을 많이 했던 선수가 황선홍이었을꺼다. 매번 국대경기때마다 공이 하늘로 날라가니까 왜 뽑는거냐고. 매번 왜 뽑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었지만 매번 국대 감독들이 황선홍을 넣는데에는 이유가 있었을꺼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98년 월드컵 출전 무렵에 진행됐었던 다이네스티컵 전 3.1절 경기 패배 이후 열린 만우절 경기에서 골을 넣은 황선홍의 발리슛은 내 인생의 각인된 골 장면들 중 하나이다. 뭔가 증명해 낼꺼라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내마음을 준 선수가 뭔가 증명을한 순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다시 부상으로 98년 월드컵에 출전을 하지 못했던 비운의 선수를 보면서 너무 마음 아팠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 이후 모두가 잘 아는 2002년 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

바로 그순간!


코엑스몰 오크우드 지하 푸드코트(지금 아웃백자리)에서 조그마한 TV로 동호회원들 몇몇이 모여서 그 경기를 봤었다. 시작할 때 내가 오늘 분명 황선홍이 뭔가 할꺼라고 예언을 했는데 그 멋진 발리 슛을 꽂아 넣었다.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내가 선택한 그 선수가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으로 받을 때의 쾌감은 지금까지도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당시에 골을 회상하던 영상들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는 영상이 바로 이 영상이다. 안정환과의 대화에 그대로 묻어 나온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연예인을 만난다면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요청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사생활이 있는데 미안하거든. 그런데 스포츠 스타중에 딱 한명을 꼽는다면 황선홍선수, 감독님을 길에서 우연히 본다면 정말 체면이고 뭐고 고개 숙이면서 꼭 싸인 한장과 사진 한장을 찍고 싶다.

나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직접 말해주고 싶다.

팬으로써 한 사람을 좋아한 다는 것은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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